밤사이 많지는 앉지만 대지가 촉촉히 젖어 들 정도의 비가 내렸다. 해뜨기 전
여명속에서 안개속에 포근히 침묵하는 들녘의 논둑길을 따라 대지의 가슴으로
들어간다.
한달전 이곳을 보았을때는 겨울 들녘이었다. 한차례 생로병사가 쓸고 간 자리,나즈막한 산자락 하나
베고 초연히 누워있는 빈 들판이었다. 맨가슴으로 시린 계절을 끌어안고 사색하는 철학의
시간이었다. 추상(抽象),침묵의 여유가 있었다.
그러나 지금 이른 봄의 들녘은 다르다. 생명의 고동소리가 점점
크게 들려오고, 대지는 더 이상 얼어붙지 않고 촉촉하게
젖어든다. 안개 마저 생명의 기운을 느낄 수 있는 대지의
입김이다.
평등 ⊙ 안개속 이른 봄의 들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