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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달밤블루스" 관람후기
부산에 소극장이 몇곳 있는줄은 알고 있었지만 범일동 부산시민회관 뒷편 민주노총
지하에 소극장이 있는 줄은 몰랐다. 그리고 ‘뮤지컬’을 하는 줄은 더욱 몰랐다.
경남불교대학 수업 중 사부님이 갑자기 다음 수업은 뮤지컬관람이 어떻냐는 의향을
물어보는 것으로 시작하여 소극장 뮤지컬관람이 진행되었다.
지방에 그것도 술자리가 잦은 송년회 시즌인 연말에
경제적 부담도 별로 없는
공연관람이었다.
팜플렛을 보니 노동문화예술단 ‘일터’의 작은 뮤지컬 <달밤블루스>라는 작품이다.
밤에 일하는 환경미화원을
중심으로 달동네 서민들의 애환이 정감있게 그려진다.
중간중간 웃음이 터져나오고 서정적인 분위기인 듯 하다가 일순 역동적인 군무가
펼쳐지는 모습이 이어진다.내용전개도 느릿한 것 같지만 동시에 제법 스피디하다.
참전용사 박씨의 자살 이후 부인인 할머니에 의해 불리어지는 "눈물꽃"의 가사는
처연한 배우의 동작과 유난히 그 좁은 무대의 한켠 벽에 붙어서 소외되고
흐느끼는 동선을 따르다보면 웃음 중간 중간에 보이는 이런장면은 숙연
하게 만든다.
" 세상이 내게 ~ 손짓 할 때 ~ 인생은 ~ 무지개빛~ 그러나 사는 건 만만치가 않아서
삶은 언제나 잔인한 배신자였지~끝 없던 서러운 시절 ~ 내 인생 글로 쓰면 소설책
열두권 지나온 구비마다엔 눈물 꽃바람~"
소극장 맨 앞줄에 앉았더니 배우가 나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기도 하고 나의 발
바로 앞에서 춤사위와 연기가 이어진다.배우의 호흡을 느끼며 어느새 같이 공감
하는 나 자신을 발견한다.
10명의 배우들이 청소부들의 모습을 상당히 사실적으로 잘 표현해준다.연기가 자연
스럽고 구청의 용역업체인 회사 사정과 비리를
들추며 싸우는 일 등 오래전 언젠가
실제적으로 쓰레기가 쌓여 홍역을 겪었던 지난날이 오버랩된다. 그땐 나도 청소부
들만 욕했던 것 같은데 이 공연을 보면서 그 분들을 바라보던 시선이 부끄러워진다.
배우들의
손끝 떨림과 상당히 사실적인 표정의 진행을 담은 농익은 연기는
그 섬세함에 있어서 놀라움을 금할 수없고, 바로 눈앞에서 펼쳐지는 춤동작이
소극장의 장점으로 자연스럽게 전해져온다.
유난히 패닉을 동반한 추락증시에 현기증을 느낀 올해,회사에서 펼쳐지는 캠페인에
정신적 스트레스와 불안감이 어느새 연말까지 밀려와서 움츠려들었었다.이 즈음에
전혀 예상 밖의 공연관람은 잠시 쳇바퀴에서 벗어나게 했지만
정작 뮤지컬의 내용은
쳇바퀴 도는 나날이 이어진다. 사실 인생이 그리 쉽게 인생역전이 안되는 것 아닌가?
항시 부족하고 소박한 삶이 운명처럼 진행되는 것이다.
쳇바퀴 인생의 흐름 속에서도 따스한
정을 느끼고 어울려 사랑하며 살아가는 모습
으로 엔딩하는 모습이 어쩌면 보통의 삶을 사는 우리들의 자화상이 아닐까?
술을 끊은지 오래지만 뮤지컬에서 흘러나온 노래 "이런 맛에 사는 거지"가 나오는
장면에서는 정말 소주가 한잔하고 싶어지게 만든다.
"~이런맛에 이런맛에 사는거지~ 산낙지에 꼼장어에 소주한잔~ 누군들~부러울까~
지난 10월에 직장 동료들과 함께 뮤지컬 캐츠를 관람 했을 때 부산시민회관 대강당
을 오랜만에 가서 느꼈던 "이곳이 이렇게 공간이 적은 곳이었나?"하고 느꼈는데
오늘 가서 본 소극장은 너무 작아서,나의 사무실보다도 훨씬 적어서 한편으론 정감
있는 곳 이었지만 한편으론 애잔함 마저 느껴졌다. 그곳에 내용이 딱 어울리는
"달밤블루스" 관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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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달밤블루스" 관람후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