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風流山行 ::::::

- 언제 : 2010.3.28(일) 07:30~21:00
- 얼마나: 2010.3.28 14:00~15:00
- 날 씨 : 대체로 맑음
- 몇 명: 70여명
- 어떻게 :중학교 총동창회 야유회 동행
- 테마: 단합대회겸 야유회

집단이 모이면 군중심리群衆心理가 발동한다.군중심리는 많은 사람이 모였을 때에, 자제력을 잃고 쉽사리 흥분하거나 다른 사람의 언동에 따라 움직이는 일시적이고 특수한 심리 상태를 이르는 말이다.1970년대부터 주류경제학의 합리주의에 반기를 들고 경제학과 심리학을 결합한 연구가 행해졌는데, 이를 행동경제학(behavioral finance)이라고 한다.행동경제학 관련서적에서 가장 많이 인용되는 책이 있는데 바로 귀스타브 봉의 "군중심리"이다.

세계의 역사에서 상식적으로는 납득이 되지 않는 비합리적인 현상들이 되풀이되고 있다. 돌아보면 ‘미친 짓’이 확실한 비이성적 사태에 번번이 많은 사람들이 몰려드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러한 비합리적인 행동의 이면에는 항상 ‘군중심리’가 존재해왔다.

오늘 중학교 총동창회에서 이사와 동문을 위한 야유회로 변산반도의 내소사를 다녀왔다.원래는 채석강도 둘러보고자 했지만 물때가 맞지 않아서 내소사만 들른것이다.결과적으로 하루 13시간 버스를 타고 부산에서 내소사까지 다녀 온 셈인데,내소사 관람시간 한시간을 빼고나면 모두 버스에서 시간을 보낸 것이다.아침 7시반까지 출발장소인 강서구청으로 집합하라고 하더니 결국 버스는 한시간을 지체하여 8시 반 출발이였다.내소사에 도착한 시간이 오후 2시 였으니 후딱 한시간 관람을 끝내고 돌아오기 바빴다.

변산반도로 가면서 본 PMP영화는 "더 배틀 인 시애틀 The Battle in Seattle, 2007"이라는 영화다.이 영화는 1999년 시애틀에서 열렸던 반 WTO 시위에 대한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다.이 영화를 보면 우리나라 현재의 모습이 계속 오버랩된다.WTO에 반대하는 시위대는 평화시위를 하기로 했지만 여러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들은 원래 각각 생각들이 다르게 때문에 처음의 의도대로 되는 것은 거의 없다고 본다.

영화에서도 처음엔 평화시위를 하기로 하고 도심으로 진입하지 않는 조건이었지만,몇몇 극단적인 시위자들이 도심으로 진입하고 상가 유리를 깨는 등 폭력을 행사하면서 평화적인 집회가 결국 폭력적인 집회처럼 보이게 되고,이로 인하여 경찰은 강제진압으로 맞서게 되면서 본격적으로 영화가 정연한 질서를 떠나 어디로 튈지 모르는 럭비공 같은 혼란이 초래되며 내용이 스피디하게 전개된다.

영화에서는 사회의 일상화된 폭력과 그 폭력에 대항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갖가지로 보여진다.우리주변은 권력에 의한 폭력,자본에 의한 폭력은 일상화되어 있다.눈으로 보여지는 폭력보다 더 무서운 자본에 의한 폭력을 잘 보여주고 있는데,자유무역이라는 그럴 듯한 이름을 걸고 탄생한 WTO는 돈의 논리와 이익의 논리로 치달으면서 그에 반대되는 개념은 목소리조자 죽이게 만든다. 단적으로비싼 약값때문에 제3세계 아이들이 죽어가는 모습이다.

이 영화에서는 아나키스트의 폭력 뿐 아니라 언론인의 말 조차 저지당하는 시스템적인 폭력까지 보여준다.특히 시위에 가담하지 않은 귀가하던 경찰의 부인이 이를 모르는 다른 진압경찰의 곤봉에 배를 맞아 아이가 유산되는 장면이 이 영화의 모든 메시지를 함축하고 있다고 보아도 좋다.폭력의 악순환과 어디로 튈지 모르는 예측 할 수 없는 혼돈의 발생에서 우리모두 폭력으로 부터 벗어날 수없는 것이다.

영화에서의 그 혼돈을 그대로 오늘 야유회에서 경험했다.사실 중학교 총동창회 주관으로 떠나는 야유회는 일말의 불안감이 있었다.버스에서 이루어지는 관광춤을 동반한 고성의 노래와 혼돈의 돌려마시기 술판이 걱정된것이었다.각 기수별로 5명 이상 참석하라는 총동창회의 권고에 따라 나름대로 동기들을 규합했지만 이런 분위기를 간파한 동기들은 요리조리 빠져버리고 결국 동기회장인 나와 총무 그리고 또 한명..이렇게 하여 3명이 머릿수 채우기로 참석했다.

사실 변산반도로 떠나기 전날엔 우리 동기 한명이 뇌종양으로 사망하는 바람에 장례식장에 있었다.국민학교(초등학교),중학교 동기였던 그는 우리집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 살았었다.그래서 나도 시신을 넣은 관을 들어야할 상황이었는데,이래저래 회장이라는 보이지 않는 의무감 때문에 원치않는 여행에 이끌린 것이다.

버스는 2대가 출발했고,역시나 우려했던 술 돌려마시기와 관광춤을 동반한 고성의 노래에 어디 피할 곳도 없이 13시간을 엄청난 스트레스와 함께 고문을 당해야했다.돌아오는 길엔 1호차는 춤출 사람,2호차는 그냥 편히 쉴사람으로 나뉘어 탑승했지만 현실은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몇몇 악질 선배의 주동에 따라 여전히 술과 춤이 혼돈의 상황에서 끝없이 반복되었다.사람 사는 세상은 원칙이라는 것이 없는 모양이다.특히 술판으로 변질되면 그 것은 닳아빠진 신발 만큼이나 가치가 없는 것이다.

선배에 대한 존경심은 이것으로 무너졌고,적개심마저 들었다.질펀한 음담패설에 술과 관광춤...묻지마 관광과 차이점을 발견하기 힘든 추태의 연속이었다.시속 100KM 이상의 속력에도 아랑곳 않았고,특히 국도를 따라 좌우로 오르내린 위험천만한 고갯길에서도 오히려 차가 흔들거린다고 기사를 탓하며 비이성적인 행동은 계속되었다.10년 이상의 직전 총동창회장에게 위험하다고 알렸더니,이미 당신도 몇순배 돌아버린 술 기운 때문에 딱 그 수준의 대답이 돌아온다. "집행진에 알아서 잘 하고 있으니 걱정을 말라"고 하시며 오히려 내가 술을 마시지 않는다고 섭섭해 하신다.참으로 "내가 능력있고 훌륭한 선배를 두었구나"하는 비아냥이 머리 속을 맴돈다.자괴감이 화로 치밀어오른다.

여행은 누구와 가느냐? 그리고 어디를 가느냐?가 핵심인줄 알았었는데,오늘 버스에서 얼마나 자유롭게 소리지르고 술마시며 춤을 추느냐가 핵심인 사람도 있음을 절감했다.역시 춤을 13시간 춘다는 것은 중노동이다.그래서 술이 필요한 것이다.그들에게 휴게소는 여행자의 영역에 속하는 것이 아니라,배설 후 재장전을 위한 쉼터이며,술안주를 공급하는 보급투쟁의 해방구였다.

결국 이럴 것 같은 느낌이 사전에 들었지만,그래도 한번은 속아주겠다는 생각으로 참여했다.그런 우직함이 얼마나 어리석은 판단이었는지....아마도 다음에 또 이런 모습을 본다면 나는 선배에게 대들어 돌이킬 수 없는 실수를 하여 인간관계의 단절을 가져 올까 두렵다.한마디로 표현하여 그냥 엎어버리고 싶은 내면의 나와 무수한 싸움을 하였다.이로서 대의명분은 만들어졌고 이제부터 중학교 총동창회에서 주관하는 모든 행사에서 빠질 예정이다.

"이 세상에서 외로움이냐 천박함이냐 둘중에 하나를 선택 할 수 밖에 없다"면 나는 천만번이라도 외로움을 선택하겠다는 신념(?)이 생겼다.넌더리가 난다.

사람이 모이면 군중심리가 발동되고,그렇게 되면 이성은 사라진다.이성이 사라진 그곳에서는 하등동물보다도 더 어리석은 병자만 남게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