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류산행

지구별 어른,어린 왕자를 만나다.(독서후기)

2011.12.24 16:00
서면토즈,독서클럽 회원 14명 참석

어린왕자의 저자는 생텍쥐페리이다.출판업자 커트스 히치콕이 생텍쥐페리의 꺼적이는 어린왕자 그림을 보고 성탄절 전에 어린이용 책을 써보라고 하여 탄생한 어린왕자에 대한 책을 성탄절 전날에 이렇게 토론하게 되었다는 것은 우연이라고 하기엔 뭔가 더 의미가 깊어보인다.

생텍쥐페리는 화가가 꿈이었으나 꼬끼리를 삼킨 보아뱀을 모자로 보는 어른의 시각 때문에 비행기조종사가 된 인물이다.1900년에 태어나 1944년에 죽었으니 우리나라 나이로 45세로 생을 마감한 생텍쥐페리는 사하라사막에 불시착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어린왕자를 쓴 것으로 보인다.

사막은 광야이다.선지자들은 광야에서 깨달음을 얻은 경우가 많았다.어린왕자에서 보여지는 명언들은 생텍쥐페리가 선지자처럼 큰 깨달음 혹은 사색을 통한 정제된 언어라는 느낌이 강하다.

이책에 에세이를 부가한 저자 정희재는 올해 41살의 여성으로 삽화에 여성의 그림이 보이는 이유다.
생텍쥐페리가 남자라서 공주가 아닌 왕자를 화자인 나(사하라에 불시착한 비행기조종사)와 다른 어린왕자를 내세웠듯이..인간이란 알게모르게 자신의 경험과 지식 혹은 놓인 환경에서 어느정도는 사육되기 마련이다.

정희재는 보성,부산,서울로 이어지는 인생의 여정에서 상당한 정체성 혼란을 느꼈다고 한다.아마도 생텍쥐페리도 프랑스와 미국 그리고 독일과의 전쟁에서 상당한 혼란을 겪었을 것이다.그리곤 프랑스 아래 지중해를 건너 북아프리카의 사하라에 불시착한 후 비행기를 고치려다 문득 나는 이곳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가하고 인생에 대하여 고뇌했을 것이다.이곳 사막은 이렇게 순수하고 고요하고 평화로운데, 난 지금 무엇을 하고 있을까하는 자각이 들었을 것이다.

바오밥나무와 페넥여우를 보고 어린왕자도 떠올렸을 것이다.어른이 만들어 낸 전쟁의 현실을 보고 어릴때는 그렇지 않았음을 상기하게 되었을 것이다.어른의 안좋은 면을 부각하기 위하여 군림하는 왕,위선의 허영쟁이,술로 대변되는 허무,물질만능의 상인,인간성 상실의 현대인을 의미하는 점등인,이론에는 능하지만 실천력이 부족한 지리학자를 내세운다.

그런 생각 즈음에 여우를 보게되고 지혜를 느끼게 되었을 것이다.그기서 인간이란 점점 길들여져 어른의 나쁜 물에 물들여지는 것에 대하여 생각했을 것이다.

어린왕자는 제목을 귀가 닳도록 들어 알고 있던 책이었지만 40 후반에 읽어보는 책 느낌은 분명 달랐다.

"그러다 어느날 발견했다.그처럼 닮고 싶지 않았던 어른이 돼 있는 나를"
이라는 문구를 보고 나 또한 어른이 되어 있음을 자각한다.

사랑은 불안하고 미래는 불확실하며 꿈은 불투명한 시대에 띄우는 어린왕자 이야기...
불안,불확실,불투명은 인생의 속성이다.어쩌면 그래서 오히려 세상은 더 살만한 건지도 모르지만 불안한 현대인의 속성을 생각하면 용기와 희망이 필요하다.

용기와 희망을 위한 모티베이션...그 한마디 말이 "어떤 관점에서 자신에게 닥친 일을 바라보는 자세가 비약적으로 바뀔 수 있다는 것을 알게 해주는" 키워드가 이책 어딘가에 놓여 있을 것이다.

어릴때 몰랐던 사실..."그땐 몰랐지.물결을 거슬러 올라가는 것도,가라앉아 버리는 것도 여간한 용기가 아니라는 것을.치열하게 돌아보고 고민하지 않으면 그냘 물결 따라 흘러가게 마련인 게 우리들 인생 같아."

나에게 비약적으로 바뀌게 해주는 용기와 희망의 키워드는 뭘까?

P130
어른이란 어린이들이 생각하듯 그리 강한 존재가 아니다. 살다 보면 희망은 잠간 기운을 북돋워준 뒤 달아나기 십상이고, 하늘은 한 번도 내 편이 아닌 것 같을 때가 오죽 많은가. 타들어 가는 속을 술로 달랠 수밖에 없는 어른의 삶이란 참으로 측은하고 가련하다. 그렇다. 나는 어린왕자와 한편이 돼서 술 먹는 어른들이란 정말 이상하다고 말할 수 없는 '지구별 어른'이 된 것이다.

P.173
사람들과 함께 있어도 외롭기는 마찬가지야

p. 175
사람이란 누구나 반짝이며 빛나는 것들 아래에서 서성이는 한 시절을 보낸다. 그 시절에는 간절하게 닿고 싶었던 꿈일지라도, 지나고 보면 환상의 뒤공무니를 좇고 있었음을 아프게 인정해야 할 때도 있다. 하지만 환상 없이, 가슴 터질 듯 무모한 열정의 폭포수를 맞지 않고서 어떻게 어른이 될 수 있을가. 어떤 게 자신의 진짜 모습인지 발견할 수 있을까.

P.186
탐험의 진정한 여정은 새로운 풍경을 찾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시각을 갖는 것이다.
(야간산행을 해보면 같은 장소라도 새로운 시각을 보여준다.)

P199
우린 오직 서로밖에 가느성이 없는 유일한 존재여서 사랑하는게 아니야.내가 사랑하는 '그/그녀'를 사랑할 수밖에 없어서 사랑하는 거지. 나도 안다. 때로 사랑은 무지라는 행운을 먹고 자라기도 한다는 것을. 사랑은 '상대에 대한 오해와 무지'라는 항구에서 출발해 '이해'라는 새로운 대륙에 도착하는 긴 여정이라는 것을 말이다. 그래서 뭐 어쨋단 말인가. 우리는 사랑하지 않고는 살 수 없는데.

(수컷은 찾아간다.무릇 동물들도 수컷은 화려하다.인간도 외모와 스펙으로 치장한다.그러나 항상 선택하고 거절하는 것은 암컷의 선택이다.생텍쥐페리가 말한 그녀는 그의 와이프 콘수엘로 일것이다.지중해 바다에 추락하여 잔해를 수거하던 사람이 찾아낸 팔찌에 적혀있던 콘수엘로...나이 43에도 생텍쥐페리는 순수했다.)

p. 221
생각해 보면 사람의 일생은 참 재미있다. 아이는 어른을 부러워하고, 어른은 아이를 부러워한다. 정작 그 두 세계가 교차하는 청소년기에는 땅이 꺼질 듯이 답답해서 무기력해지거나 칼날처럼 날카로워진다. 자기 안에 동시에 깃들인 두 세계가 모두 환멸스러워도 딱히 대안이 없다. 어른과 아이는 서로를 선망과 오해의 눈으로 바라보며 영원히 평행선을 달린다.

(어릴때 이 문장을 읽었을 때에는 그렇게도 어려운 느낌이었는데,이젠 단한번 읽고 이해가 된다.)

p. 250
길들였다고 마음 놓는 순간, 인생은 우리를 넘어뜨리고 부숴 버린다. 사랑은 배신을 품고 있고, 일은 실직을 포함하고 있으며, 건강은 쇠약을 안고 있다. 어떤 경우에도 삶의 야성은 사라지지 않는 것이다.
(길을 잘 들여야한다."하지마라,싫다,이렇게 하라"는 투의 금지와 명령은 길들여진 순간 여자는 질식하고 떠난다.)

끝으로 팔만대장경을 압축해 놓은 것 같은 잘랄루딘 루미의 시도 가슴을 울린다.

온종일 생각하고 밤에 말한다
나는 어디서 왔으며 무엇 하러 왔는가?
모르겠구나
어디선가 내 영혼은 왔다.
그건 틀림없어
나는 모든 것을 거기서 마칠 참이다
그런데 누가 내 귀로 내 목소리를 듣는 것일까
누가 내입으로 말하는 것일까?
누가 내눈으로 보는 것일까?
영혼이란 무엇인가?
묻지 않을 수 없구나
이곳에 오려고 온 게 아니다.오지 않을 수 없었다.
나를 이리로 데려온 그가
다시 나를 집으로 데려다 주겠지

아무리 보아도 어린왕자라는 글은 생택쥐페리의 사색의 언어이다.
이제 정신차리고 책임을 져야만 하는 장미꽃을 돌보아야겠다.

장미꽃은 "선하게 사는 것'일까? "가족"을 의미하는 것일까?
생텍쥐페리의 글은 항상 여러가지로 생각할 꺼리를 주어서 좋았다.
10대,20대,30대에 각각 읽으면 느낌이 달라지는 이유다.
그래서 40대인 내가 50대에 읽어도 또다른 의미가 찾아 올 것임을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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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는 바람처럼, 흐르는 물처럼
어진 산처럼,방랑의 은빛 달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