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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르만 헤세의 수레바퀴 아래서는 전반적으로 사랑이 부족한 상황에서 자신을 짓누르는 가정과 학교의 전통과 다소 계몽적인 분위기의 권위에 맞서 서서히 무너져 가는 상황을 그린 성장소설이라는 생각이다.
줄거리는 이렇다.
어머니가 없는 상황에서 고루한 성격의 아버지 밑에서 자란 한스 기벤라트(이하 한스)는 총명하지만 정신적으로 불안한 신경쇠약에 노출 될 가능성이 높은 아이였다.총명했기에 주위의 기대감을 받고 자란 아이로 또래 보다는 노는 양은 적고 공부량은 엄청나게 많은 아이로 커갔다.
어른들의 기대는 현실적으로 빡빡한 스케쥴로 바뀌고 그런 상황에서 한스는 다른 사람보다는 앞서간다는 흥분에 젖어 이미 부족한 사랑의 샘조차 고갈되어 스스로 족쇄를 채우게 된다.그래서 점점 친구가 없어지는 상황이되면서 공부에 몰입하기가 힘들어지는 상황이 된다.
그 즈음 한스와는 완전히 다른 성격의 행복한 몽상가 하일너와 우정에 탐닉하면서 성적은 곤두박질을 치게 되고 교수들조차 손을 들게 된다.그의 친구 하일너는 고향의 이웃집 처녀와 사랑에 빠져 홀연히 사라지면서 이제 친구 조차 없어진다.여기서 한스는 방향성까지 잃게 되면서 신경쇠약에 걸려 수도원에서 나오게 된다.상류로 거슬러 올라가지도 못하고 그냥 하류와도 어울리지 못하는 한스는 완벽한 무력감에 빠진다.
199페이지에는 "건강한 삶에는 나름대로의 내용과 목적이 있어야 하는데 ,젊은 기벤라토의 삶에서는 이미 그 목적과 내용이 사라져 버렸기 때문이다."라는 글이 있다.
공부라는 정신의 세계에서 대장장이라는 육체노동으로 새로운 출발을 하지만 이미 내용과 목적이 없는 삶에서 노동의 채찍에서 한스는 다시 무너진다.술에 취해 돌아다니다 실종되고 이후 강변에서 시신으로 발견되지만 그가 자살을 했던 안했던 이미 내용과 목적이 없는 삶은 죽은 삶이었다고 나는 생각한다.
나는 이 소설을 읽고 난 다음 한스에게 무엇이 결핍되었는지 알 수 있었다.어머니가 없는 한스의 생활에서 어릴 때부터 진정한 사랑이 빠져있었다.한스의 삶에서 "내용과 목적"이 사라진 것은 처음부터 한스의 삶에서 결핍된 부분을 설명하고자 한다.
예를 들면 세상사는 선택의 연속이다.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선택의 기준이 되는 판단이다.현대에 와서도 신(身)언(言)서(書)판(判) 중 가장 중요한 덕목은 역시 판(判)이다.
판(判)단력은 이판(理判)과 사판(事判)으로 이루어진다.이판사판의 어원은 불교의 "화엄경"에서 유래하였다.
이(理)는 -본체의 세계-눈에 안보이는 형이상(形而上)의 세계-공(空)의 세계-직관적이고 영적인 차원에서 내리는 판단이다.
사(事)는 -현상의 세계-눈에 보이는 형이하(形而下)의 세계-색(色)의 세계-데이타를 분석 종합하여 내리는 합리적인 판단이다.
처녀총각의 중매를 설때 학벌,집안,외모,집안을 따지는 것은 사판의 세계이고,사주와 궁합을 보는 것은 이판의 세계이다.판단을 할 때 이판과 사판 어느 한쪽에 지우치지 않고 걸림없이 내리는 판단이 이사무애(理事無碍)이다.이판과 사판을 조화롭게 살아야 무너짐이 없다.형이상학만 쫒다보면 공상가가 되어 결국 형이하학에서 무너진다.먹고 사는 문제인 형이하학에서 대충 살게되면 형이상학을 추구 할 수가 없다.주도적으로 생각대로 살지 못하면 사는대로 생각하게 된다.내가 수레바퀴를 끌고 가야되는데 거꾸로 수레바퀴가 가는대로 내가 끌려가는 삶이란 줄기를 잘라낸 나무다.
한스가 신앙심이 있어서 신학교에 갔다면 얼마나 좋았겠는가? 본인이 가고 싶은 학교이니까.그러나 한스는 그의 영리한 머리 때문에 이미 주州 시험에 합격하여 신학교에 입학하는 것이 결정되어 있었다.주객이 전도 된 것이다.
취미생활인 등산을 추구하다가 결국 자살한 경우를 보았다.형이상학만 쫒다보니 형이하학인 직장문제 혹은 돈 문제에서 무너진 것이다.한스의 삶에서 형이하학은 있었지만 형이상학이 너무 결핍되었다고 본다.
삶은 문제해결의 연속이다.마음의 질質을 바꾸려는 노력이 없는 스펙 추구는 공허하다.놀이의 달인인 호모 루덴스Homo ludens는 제쳐두고 공부의 달인 호모 쿵푸스Homo Kungfus만을 추구하면 결국 세상이 허무해지게 된다.
형이상학만 쫒다보면 어느 순간 걷잡을 수 없는 허무가 도래하게 된다.그때 무척 조심해야한다.또한 형이하학만 쫒다보면 어느 순간 내가 뭘하고 있는지 회의감이 몰려오게 된다.이때도 조심해야 한다.
삶은 理事無碍 事事無碍, 自利行 利他行이어야 한다.이상에도 걸림이 없고 현실에도 걸림이 없도록 살아야 하는 것이다.나를 이롭게 하면서도 남을 이롭게 하는 삶을 살아야 행복하게 된다.
한스의 삶을 다시 한번 살펴보자.어머니가 없는 고루한 아버지 밑->자신이 즐거워서 하는 공부가 아닌 남의 높은 기대수준을 맞추게 하기 위한 공부->친구가 없는 생활,놀 시간이 없는 아이->자신과 다른 이상을 가진 친구와의 조우에서 뿌리가 약한 한스의 흔들림->진퇴양난의 덪->신경쇠약,내용과 목적이 없는 삶->정신의 세계에서 육체노동으로 급전환->사망
한스는 주체적인 삶을 살지 못했다.그기에 따뜻한 말을 건내줄 사람도 없었고 헤쳐나갈 길을 제시해주는 진정한 멘토도 없었다.신경쇠약에 걸린 사람에게 자신의 한계를 넘어서는 육체노동은 방향성을 완전하게 상실시켜 무력화시켜 버렸다.
인생이라는 것,사실 살아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것이다.不可說이다.그것도 자신이 기획하고 자신이 실행하며 나중에 반성을 하는 피드백이 없다면 그 삶은 다른 사람의 삶을 대신 살아주는 꼭두각시일 뿐이다.
직장의 일과 취미생활을 조화롭게 살아야 한다.나처럼 취미생활이 인생,자연,예술,지혜라는 커다란 커리큘럼이 있어 월급쟁이 이면서 공부하는 사람이면 좋겠다.이 방법 밖에는 없다는 것은 아니다.모든 인간은 행복해지는 자신의 방법을 찾아야한다.영원한 학생이기를 추구하는 샐리던트(Saledent:Salaryman+Student)는 나의 이상과 현실이 한꺼번에 녹아 있는 말이다.
만약에 내가 한스의 주위에 있었다면 혹은 한스가 나에게 조언을 구하고자 찾아왔다면 최대한 계몽주의적 냄새를 풍기지 않고 그에게 필요한 것들을 찾아주는 노력을 했을 것이다.그것도 한꺼번에 확 바꾸는 것이 아닌 시간을 가지면서 하나씩 터득하게 하는 방법으로..참된 이치는 체득할 수 있을 뿐, 말로는 설명할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줄기를 잘라낸 나무는 뿌리 근처에서 다시 새로운 싹이 움터 나온다. 이처럼 왕성한 시기에 병들어 상처입은 영혼 또한 꿈으로 가득 찬 봄날 같은 어린 시절로 되돌아가기도 한다. 마치 거기서 새로운 희망을 찾아내어 끊어진 생명의 끈을 다시금 이을 수 있기라도 한 듯이. 뿌리에서 움튼 새싹은 하루가 다르게 무럭무럭 자라나지만, 그것은 단지 겉으로 보여지는 생명에 불과할 뿐, 결코 다시 나무가 되지는 않는다."
제발 함부로 줄기를 자르지 마라.이것만큼은 "포기하면 안돼!"라고 말하고 싶다.줄기 없는 나무는 결코 나무가 될 수 없다.그길이 국도가 아닌 오솔길이라고 하더라도 그길이 자신의 길이라면 오솔길로 가시기 바란다.당신의 앞길이 맑은 날이든 흐린 날이든 둘다 좋은 날이길 기원한다. | 
제목: (독서클럽 4월 정모후기)수레바퀴 아래서/헤르만 헤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