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류산행

포옹인사는 두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는데 ‘보통 껴안는 것’과 같은 포옹인사를 embrace 인사라고 하고, 또 다른 포옹인사는 가령 애인끼리 ‘애정을 가지고 꼭 껴 안는’식의 포옹인사 hug인사 라고 한다.

전자는 북방민족에서 후자는 남방민족, 특히 라틴아메리카 나라에서 많이
볼수 있다. 포옹인사는 다정함을 보여주는 인사라고 할 것이다.

미국의 경우에도 최근 포옹인사법이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하는데 대부분 10대 젊은이들에게는 요즘 말로 대세인가 보다.미국도 나이 든 사람들이나 일반인들에겐 악수를 하는 것이 상례이다.

그러니 이런 포옹인사는 우리나라에서는 흔한 인사법은 아니다.과거엔 남녀칠세부동석이라고 해서 한공간에 같이 있는 것 조차 터부시 하던 시대였었다.

그렇지만 현대를 살아가는 시점에서 남녀칠세부동석을 운운하는 것은 분명 시대착오적이다.그렇다고 아직 우리나라에선 익숙하지 않은 인사법임에는 틀림없다.

작년 부임한 센터장이 포옹인사법으로 하라고 하여 아마도 나는 보름간 정도를 해 본것 같다.남녀직원을 막론하고 처음엔 어색했지만 보름정도 지나니 그런대로 몸에 익는 것 같았지만 내 머리로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인사법이었다.그래서 나는 못하겠다고 하고 그냥 공손하게 평상시의 인사법으로 돌아갔었다.

센터장 입장에서는 좀더 친밀하게 인사하며 직원 서로간 단합의 기운을 심어볼려고 하는 좋은 의도로 출발한 것은 이해를 하지만 나는 40년 이상 살아오면서 아무래도 남의 옷을 입는 듯한 부자유스러움을 극복하지 못한 것이다.

그래서 나만 포옹인사를 하지 않고 그냥 정중하게 이전의 인사법으로 돌아간 것이다.그러다 작년말 불어닥친 신종플루 때문에 포옹인사법은 중단했었는데 올해 신년을 맞아 다시 시작한다는 것이다.

아무래도 나는 보수적인 사고를 가진 것이 분명하다.다소 고민을 해 보았지만 어색한 것을 어쩔 수 없으니...내가 포옹인사에 익숙하고 내 마음이 받아진다면 그때는 하겠지만 어쩔 수 없는 40대 후반의 대한민국 경상도 남자이다보니 그것 참 어렵다.실제로 가족과도 잘 하지 않는 인사법을 하라고 하니... 요즘 말로 손발이 오그라든다.

좋아해서 껴안으면 사랑이지만,누가 시켜서 껴안는다면 그것은 실제상황은 아니지만 정신적인 매매춘일 뿐이다.

어떡하겠는가? 나는 뼛속깊이 동양의 가치를 사랑하는 한국인일 뿐이니...미안하지만 남들과 다른 나의 모습을 그냥 인정해 주시는 것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