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복된 시간은 짧디짧고 고통의 시간은 단 5분도 길게 느껴지니 시간이라는 것은 아무래도
선량한 놈이라고 보기 보다는 못된 놈인가 보다. 앞에 걸어가는 두다리가 활처럼 바깥으로 휜 저 할머니만 보아도 시간이 얼마나 무섭고
못된 놈인지 알 수 있다.
자연의 시간이 가고 있음은 애들 커 가는 것만 보아도 알 수있다.어제의 그 시간들이 그랬듯
미래의 시간도 마찬가지라고 보면 한가로이 뒷산에 같이 오르는 시간도 앞으론 점점 짧아져 없어질 것이다.
그 팍팍한 시간 속에서도 이런 짜투리 시간은 얼마나 사랑스러운가? 단풍이 물 들듯 내 인생의 한폭
그림도 사랑의 향기로 채색되고 있으니..
나를 길들이는 시간의 속성을 깨기 위해서는 가끔 혼자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혼자 있는
시간이야말로 나를 돌보는 시간이며 미처 되새기지 못했던 삶의 무게와 깊이를 저울질 해볼 수 있으니..
사람마다 시간의 길이는 다 다르다고 보면 지금 이 순간 내가 느끼는 해방감과 환희도 나를 따라나온
애들에겐 식상하게 몇번이나 되풀이해 본 유행지난 게임기를 만지작거리는 느낌일 수도 있다.
시간 개념 없이 핀 개나리가 애처럽기 보다는 아무나 하기 힘든일을
한 것 같아 오늘은 대단하게 보인다.세월이 하 수상하니 개나리의 잘못이 아니라 시간이 낮술먹고 취해 돌아가기 때문으로 화살을 돌려본다.그게
아니라면 개나리가 수를 썼다고 보아야하는데 시간을 요리해서 시간이 마신 술값보다 몇배 더 덤턱이 씌울려고 수작하는
일일 것이다.
시간이라는 녀석의 술수에 비하면 개나리는 분명 여러 수 아래다.시간은 짐승이다.양처럼 순한 시골
처녀를 꼬드겨 꽃을 피우게 하고 길고 긴 겨울항으로 내 몰라라 떠나갈테니..
초록의 시간은 가고 추풍낙엽되어 뒹굴 혁명의 시간이 곧
닥칠 것이라고 알고 있는 시간은 피눈물 없는 독재자다.
오늘은 저 하늘이 시간의 동공처럼 풀려있다.항상 그랬다.시간은 언제든 배반할 준비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오늘도 시간을 죽이기 위해 별 짓을 다해보는 인간들이 득시글하다.어떤이는 시간의 심장을 도려내며
바이오니 생명공학이니 하며 칼을 휘두르고,어떤이는 성냥개비 몇개로 시간을 속일려고 하는 이도 있다.
그들에 비하면 나는 항상
모자란다.마음먹고 그 시간을 죽이려고 달려들수록 내가 죽게 생겼으니 오늘은 절집 풍경소리마저 비수되어 달려든다.
수확의 계절,가을은 항상 바쁘게 길을
재촉하는데 시간을 뛰어넘어 한번 속이려 해보아도 만전지계로 나를
속이니 내가 무릎을 꿇을 수밖에.. 미안하다.시간아!
늘 함께 할 시간이 기다려지는 사람들을 위해서 내 오늘은 고개를
숙인다.
제목: (운수산)시간이라는 이름으로 옭아맨 사슬의 동그라미를 잠시 넘는다.
